“내가 느끼는 외로움도 그런 종류인 것 같아.”
외로움이란 단어를 정의하는 것으로 새해 첫날의 일과를 마친 우리는 잠깐 낮잠을 잤다. 자고 있는 순이의 눈가에는 전에 없던 주름이 내려앉아 있었다.
죽음은 순수한 형태의 외로움이다
미국의 소설가 캐서린 앤 포터는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우리 마음속에는 유대감이라고 불리는 큰 주머니가 하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것은 나와 좋은 관계에 놓인 타인의 존재다. 주머니가 채워질수록 우리는 든든함을 느끼고, 주머니가 빌수록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데 모두가 죽기 마련이라 주머니가 자꾸만 비어가고, 두려움은 점차 커진다. 두려움은 외로움이라고도 표현된다. 죽음은 그렇게 순수한 형태의 외로움이 된다.
집을 나설 때, 엄마는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나는 엄마로부터 받은 온기를 품에 머금은 채 아빠를 안아드렸다. 가족은 서로에게 오랫동안 손을 흔들었다.
또 한 살씩 나이를 먹었다. 각자 남은 수명에서 한 살씩 차감된 것이다. 그 사실을 보여주듯 아빠의 손은 노인의 손이 된 지 오래고, 엄마의 건강에는 여전히 빨간불이 켜져 있다. 아내의 눈가에는 주름이 늘었다.
그 사실을 생각하면 외로움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새해 첫날에 대한 감상이 두려움이 되어버리고 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을 것 같다. 함께 있는 동안 최대한 서로에게 살가움을 표현하는 것. 서로를 꼬옥 안아주는 것. 그리하여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새로운 새해 인사는 이렇게 적기로 한다.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당신과 천년만년 함께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죽음이 우리의 바람을 허물어갈 때, 그 현장에는 외로움이 먼지처럼 피어오를 것입니다. 두려움이라는 쓰나미가 우리를 덮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방파제를 세워야겠습니다. 살펴보건대, 이 방파제는 온기라는 재료로만 지을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남은 시간 동안 서로 체온을 많이 나누었으면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우리, 새해에는 포옹으로 인사합시다.
당신은 포옹을 낯설어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 저 역시 포옹을 청하는 게 어렵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먼저 “방파제?”라고 물으며 두 팔 벌려 다가와 준다면, 당신이 어색하지 않게, 당신이 미소 지을 수 있게 마음을 다해 안아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