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2 🍀 영.레터 #8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 |
|
|
오늘의 장면 : <아비정전>에서 장만옥의 매점으로 향하는 장국영 |
|
|
알고보니 원조 홍영러 차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
|
<아비정전>을 볼 때마다 어디에 있는 매점인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풀렸네요. 장만옥이 축구 티켓을 판다고 해서 관련이 있나 보다 짐작만 했어요. 궁금증이 풀리기까지 30년이 걸렸... 🤦🏻♀️
|
|
|
누가 봐도 홍콩 영화를 사랑하는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
|
아비정전의 아비 vs 해피투게더의 보영, 둘 중 누굴 사랑하는 게 더 아플까요?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멀어져서 속을 태우는 발 없는 새 아비? 아무리 밀어내도 빙글빙글 웃으며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보영?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
|
두근두근 새 책의 홍보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
|
그냥 ‘주인공이 운동을 했나 보구나’ 하고 마는 사람과, 도대체 무슨 운동을 했을지 집요하게 추적하고 상상하는 사람… 저는 후자가 좋아요.
|
|
|
<아비정전>의 아비가 체력 단련에 힘쓰던
남화체육회
<아비정전> 오프닝, 장국영이 매점으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가 계산도 하지 않고 코카콜라를 꺼내 먹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장만옥이 일하던 매점은 코즈웨이베이에 있는 남화체육회South China Athletic Association, 南華體育會에 있다. 종종 국가대항전도 열리는 일종의 거대 체육관이면서 홍콩 사람들이 생활체육을 즐기는 스포츠센터 기능을 겸하기도 한다.
<아비정전>을 보면서 아비(장국영)가 대체 이곳에서 무슨 운동을 마치고 매점에 들렀을지 늘 궁금했다. 실제로 남화체육회를 방문해보니 아비가 했을 법한 종목은 축구와 볼링 두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었다. 원래 축구팀으로 시작한 이곳은 1920년에 남화체육회라는 이름으로 농구 등 다른 스포츠를 함께 들였다. 영화 속 습한 기후와 아비의 곱게 빗어 넘긴 머리로 추정컨대, 그가 운동이 끝난 뒤 샤워를 하고 왔음은 분명해 보였기에 격렬한 축구를 하고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화체육회 내부를 가득 채운 1960년대 이후 수상한 각종 볼링 트로피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추측도 해보았다. 어쨌건 영화 속 아비가 하루 종일 퀸스 카페에서 빈둥거리며 천장만 쳐다보는 놈 같았는데, 나름 부지런히 체력 단련을 하고 살았다는 것이 기특해 보이기도 했다.
아비가 나름 운동도 하고 유행에도 민감한 청년이었다는 것은, 그가 오프닝 장면에서 들고 들어오던 스카이블루 색상의 팬암PAN AM백만 봐도 알 수 있다. 1960년대 거의 모든 홍콩 젊은이가 손에 들고 다니던 당시 유행하는 가방이었다. 1927년에 설립되어 1991년에 파산한 미국의 항공사 팬 아메리칸 월드 항공Pan American World Airways이 바로 팬암이다. 디카프리오 주연의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을 통해 익숙한 항공사이기도 하다. 아시아 지역 항로가 많았을뿐더러 1960년대에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군림했으니,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의 아시아 청년들은 하늘을 날아 자유로이 세계를 여행하는 그 ‘PAN AM’ 이라는 로고만 봐도 가슴이 설렜으리라.
어쩌면 <아비정전>의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지상으로 착지하여 죽고 마는 ‘발 없는 새’라는 이미지가 오프닝의 하늘색 팬암 가방과 수미쌍관을 이룬다고도 할 수 있다. 언젠가 팬암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며 하늘을 날고 싶었으나 결국 땅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아비가 결코 이루지 못한 그 자유의 꿈 말이다. |
|
|
종종 국가대항전도 열리고 홍콩 사람들이 생활체육을 즐기는 스포츠센터인 남화체육회. |
리모델링을 해 장만옥이 일하던 매점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이곳이 아닐까 추측만 해볼 뿐이다. |
|
|
(중략)
남화체육회는 6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서, 건물의 위치와 외관 자체는 <아비정전>을 촬영할 때 그대로이나 지속적인 리모델링을 해왔기에 장만옥이 일하던 매점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건물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혹시 저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만 해봤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영화 촬영지를 찾아다닐 때 이제 그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을 것을 익히 알면서도 굳이 찾게 될 때가 있다.
내게는 남화체육회의 매점이 그랬다. 아비가 이곳에서 무슨 운동을 한 건지 현장검증을 하여 단서를 찾아내고 싶었다. 추리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30년도 더 된 옛 영화의 인물들과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묘한 감흥이 생겼다. 그래서 매점이 있을 법한 자리에 음료 자판기만 있는데도 그 자판기 안의 콜라를 아비처럼 기어이 꺼내 마시고, 영화에 볼링 하는 장면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비는 분명 볼링을 쳤을 거야!’라고 과대망상에 가까운 심증만으로 괜히 볼링 하는 사람들 중에서 장국영을 닮은 사람을 찾는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했다. 그렇게 영화 촬영지에 오게 되면 한 영화의 상영시간 안에 다 담을 수 없었을 수많은 다른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장국영이 볼링 치는 장면을 촬영했다가 나중에 편집했을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렇게 나만의 <아비정전> 프리퀄을 써 나갔다. 어쩌면 그것이 지겨울 수도 있고 허탕 칠 가능성도 높은 ‘시네마 투어’의 재미다. 아무튼 직접 현장검증을 하고도 아비가 축구를 했는지, 아니면 볼링을 했는지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진 못했으나 ‘내부 리모델링을 해서 다 바뀌었을 텐데 굳이 찾아가 볼 필요가 있을까’ 하며 땀을 뻘뻘 흘리며 발품을 판 보람은 분명 있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아비정전>의 첫 장면이 됐을지도 모를, 아비가 상쾌하게 땀에 젖은 모습을 떠올리며 대사를 읊조렸다.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1분 전, 난 너와 함께 있었어.” |
|
|
하나의 공간 안에 이렇게 서로 다른 영화가 만나고,
별개로 흘러갔던 서로의 시간이 겹쳐져
이야기를 건네는 곳이 홍콩 말고 또 있을까.
아무리 변해간다 해도 영화가 있는 한 홍콩은 영원한 홍콩이다
〈방구석 1열〉, 〈무비건조〉의 영화평론가,
주성철 기자의 홍콩영화 성지 순례기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
|
|
안녕하세요, 갑자기 추워진 일요일입니다. 제목을 보고 '아!' 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원고에서 이 대사를 보는 순간 '아!' 라고 생각했습니다. 말도 안 되게 뻔뻔하게 이 대사를 치던 아비의 그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물론 장국영이니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릴 때 집에 있던 <동사서독>, <타락천사> 등의 비디오를 보며 (워낙 옛날이라, 사실 그것이 정식으로 라이센스를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는 저런게 재밌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 저도 극장에서 재개봉을 한다고 하면 보러 가고, OTT에서 서비스가 된다고 하면 또 돌려보고, 그러고 있더랍니다.
이번 메일을 작성하면서도 <아비정전>을 다시 보았습니다. 극장에서 보기도 했었고, 워낙 유명한 장면들이 많은 영화라 새로운 느낌이 없을 줄 알았지만, 책으로 영화 속의 장소를 한 번 훑고 보는 것은 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오늘은 남화체육회만 다루었지만, 책에는 <아비정전>에 등장하는 더 많은 장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알던 영화도 새롭게 보이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장담해봅니다.
그나저나, 아비정전의 아비와 해피투게더의 보영 중 누구를 사랑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울까요? 찐홍영러 디자이너와 오래전부터 나누었던 이야기인데, 구독자 님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어떠신가요? (제 답은 비밀입니다 😁)
- 담당자 Jay |
|
|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피드백 메일 보내기'를 통해 구독자 님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김영사의 출간 전 도서 미리보기 메일링 '영.레터'는 아래 페이지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