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할 만한, 하지만 직접 해보면 오만 가지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우리가 밥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여덟 시간 넘도록 재미없는 뭔가를 계속하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일이야.
내 명함에 ‘CCO(Chief Creative Officer,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라는 직함이 붙어서인지, 사람들이 나보고 “재밌는 일을 해서 좋겠다”라고 말해. 재미없진 않지. (주간 업무 보고서라는 말만 들어도 재미가 솔솔 느껴지지?) 남에게 ‘이거 이렇게밖에 못 하나?’ ‘이렇게 좀 해보지 그래’라고 훈수를 두기 쉽지만 내가 직접 그 일을 해보면 쉽지 않잖아. 그래서 미국의 작가 스터즈 터클은 그의 책 《일》에서 “일은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모두 하기 싫어하는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어.
매일 출근하는 게 무척 행복하고 일이 재밌다고 말 하는 사람을 보면 좀 재수 없겠지. 하지만 그 이유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재수 없고 부러운 대상이 될 수 있어. 경이로운 눈빛으로 “정말 일이 재밌다고요?”라고 묻는 사람의 표정을 생각해봐. 괜히 어깨가 으쓱한다니까.
일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들은 서점에 많아. 그래서 일 잘하는 척하는 법을 이야기해볼게. ‘척’의 뜻은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이야. 가짜라는 거지. 진짜인 척하는 가짜라니 흥미롭지 않아? 일 잘하고 싶은데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면 척이라도 해보면서 칭찬을 받아야지.
척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이걸 알아두면 좋아. 일의 종류만큼 일 잘하는 방법도 다양한데 말이야. 그 일이란 것이 누군가의 의도와 계획, 목적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자신이 일을 만드는 경우보다는 누군가 시킨 일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거야. 돈 벌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서 남이 시킨 일을 하는 게 갑갑하지만 대가가 꼬박꼬박 돌아오니, 월급쟁이가 속 편하다고들 하잖아. 일한 것보다 많은 돈을 받으면 기분이 좋고 말이야. 그리고 일은 나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하는 거야. 취미와는 달라.
일 잘하는 척하는 법의 기초는 따라 하기야. 겉으로 보이는 것들을 따라 하면서 성취감과 부끄러움의 파도를 동시에 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지. 주위에 일 잘하는 사람을 본 적 있지? 같은 일을 해도 남다른 사람을 보면서 나도 많이 배워. 참 재주도 다양해서 ‘어떻게 같은 일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존경심을 불러일으켜. 그런데 내가 원한다고 그 사람이 될 수는 없잖아. 그래서 그 사람의 겉모습이라도 따라 해보는 거지.
일 잘하는 척하는 법이 스물세 가지가 있는데 네 가지로 압축해서 알려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