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휴가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산타와 순록이 등장한 것은 예수 탄생 다음 해가 아니었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가 오기까지 적어도 3세기를 더 기다려야 했다. 또 이 휴일은 1800년대까지 유럽에 존재했던 종교적 전통 및 이교도 전통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했고, 1843년 영국에서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출간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아는 형태가 되었다. 크리마스 휴일이라는 겨울 전통은 디킨스의 책(그리고 그 책의 등장인물들인 에버니저 스크루지와 꼬맹이 ‘팀’)과 함께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다.
미국에 크리스마스가 막 도착했을 때, 그것은 해외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1894년에 101세의 제인 브라운 부인은 〈뉴욕타임스〉에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보다 새해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라고 적었다. 브라운 부인은 긴 일생 동안 크리스마스의 변화를 지켜보았는데, 당시 뉴요커는 크리스마스를 지금처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또 뉴욕 사람들만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취객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돈을 구걸하는 재미없는 휴일이었다. 겨울이 오면 공장이 문을 닫기 때문에 돈이 떨어진 노동자들이 크리스마스 휴일을 이용해 부자들을 찾아다니며 기부를 부탁했던 것이다. 무일푼의 실업자들이 기부를 청하며 노래하던 관습은 오늘날에 이르러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모금을 하는 훨씬 더 즐거운 풍습으로 변했다. 그 후 크리스마스는 중산층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형태로 승격되어 “선물을 주고, 양말 속을 채우고,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는” 날이 되었다고 수전 데이비스 Susan Davis 교수는 쓰고 있다.
많은 크리스마스 캐럴이 이 무렵에 만들어졌다는 점도 크리스마스의 변모를 뒷받침한다.
1839년 기쁘다 구주 오셨네 Joy to the World
1840년 천사 찬송하기를 Hark! The Herald Angels Sing
1847년 거룩한 밤 O Holy Night
1850년 그 맑고 환한 밤중에 It Came upon a Midnight Clear
1857년 동방박사 세 사람 We Three Kings
1857년 징글벨 Jingle Bells
1868년 오 베들레헴 작은 골 O Little Town of Bethlehem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이런 변모에는 어두운 이면이 있다. 역사학자 펜네 레스태드 Penne Restad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크리스마스가 선물 주는 날로 변모했다고 말한다. 상품과 선물, 그리고 각종 크리스마스 제품을 운송하기에 강철 레일만 한 것은 없었다.
크리스마스의 다양한 조각들은 하나로 꿰매어져 거대한 태피스트리가 되었다. 먼저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했다. 크리스마스 트리 판매는 19세기에 아주 잘 되는 사업이었다. “여느 상거래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하고 거래가 활발한 시장이 현재 성장하고 있는데, 이 시장은 오직 크리스마스 트리만 취급한다”라고 1893년에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12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메인주에서 온 상인들은 여러 도시에서 트리를 팔았다. 지금은 흔히 보는 풍경이지만, 당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파는 것이 뉴스거리였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메인주에서 열차에 실려 강철 레일을 따라 뉴욕으로 왔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크리스마스 카드도 등장했다. 1882년에 한 우체국 직원은 “4년 전만 해도 크리스마스 카드는 보기 드물었다”고 하면서 “그 후 대중의 열광에 힘입어 카드 사업은 매년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은 선물을 주는 관습이었다. 1890년에 〈뉴욕타임스〉는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고 썼다. 그렇지만 크리스마스가 이렇게 되어가는 것을 모두가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1880년에 〈뉴욕타임스〉는 “그 유행은 거의 무분별한 과소비처럼 보인다”고 하면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경쟁하듯 선물에 돈을 쓰고 있다”고 썼다. 이런 도덕적 지탄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크리스마스 트리, 카드, 선물을 가득 싣고 강철 레일 위를 달리는 열차의 기세에 휩쓸렸다.
남북전쟁과 링컨의 죽음 후 쪼개진 나라를 통합할 강렬한 뭔가가 필요했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겨울 휴일은 미국을 ‘연결하는 장치’로 기획되었다. 기업과 철도는 레일을 통해 크리스마스의 모든 조각을 하나로 꿰맸다. 미국 문화의 일부가 된 ‘쇼핑’을 가능하게 한 것도 강철 레일이었다. 열차는 상품을 실어 오는 동시에 이 상품을 소비할 사람들을 상점으로 데려다줌으로써 순환 고리를 완성했다. 크리스마스는 이것을 더 부추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