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주 에디빌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마을의 도로변에는 켈리 용광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곳에서 윌리엄 켈리가 훗날 베서머 공정으로 알려진 강철 제조법을 발견했다. 이로써 문명은 철의 시대에서 강철의 시대로 이동했다.”
강철 제조가 현실이 되면서 이 위대한 물질이 대량 생산되어 국가를 건설했지만, 강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설 또한 레시피에 휩쓸려 들어갔다.
강철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베서머 공정을 보고 있으면 마치 가마솥 안의 화산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엄청나게 높은 온도에서 철과 탄소의 용융물이 눈부신 오렌지색으로 빛나고, 초고온으로 달구어진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피어오른다. 혼합물의 입속을 들여다보면, 부글부글 끓는 표면에 부드러운 연무가 내려앉아 있는 가운데 불길이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손가락을 쑥 내민다. 연기는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표면에서 미끄러지듯 솟아오르는데, 거기에는 노란색과 붉은색의 선명한 불똥이 점점이 박혀 있다. 하지만 연기, 불길, 불똥은 단지 서곡일 뿐이다. 공기가 도가니로 밀려 들어오면 산불에 불꽃놀이를 약간 섞은 것 같은 소동이 일어난다. 부글거리는 용융물은 천둥소리를 내며 탄소와 공기를 집어삼킨다. 그것은 붉은색에서 오렌지색, 노란색, 눈부신 흰색으로 변하며 이글거린다. 녹은 금속이 탈바꿈한 것이다. 이것이 강철이요, 우리가 아는 세계의 탄생이다.
이 녹은 금속에서 탄생한 강철 레일은 미국을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결합조직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많은 것이 등장했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듯이 사람들이 이주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도시가 성장했다. 이를테면 시카고는 철도의 허브가 되어 팽창했다. 1850년에 3만 명이던 인구가 1890년에는 세 배가 되었다. 원래 있던 도시가 성장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도시들도 생겨났다. 철도 노선을 따라 흩뿌려진 수많은 먼지투성이 동네들이 오늘날과 같은 완연한 도시의 면모를 갖추었다. 앨버커키, 애틀랜타, 빌링스, 샤이엔, 프레즈노, 리노, 리버사이드, 터코마, 투손은 철도 레일이 낳은 성공한 자식들이다. 삶은 레일의 지배를 받았다. 연결되면 잘 살 수 있고 연결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웠다.
철도 이전의 여행이 어땠는지 현대의 우리로서는 상상이 잘 안 된다. 하버드 대학 15대 총장 조사이어 퀸시Josiah Quincy, 1772~1864가 보스턴에서 뉴욕을 다녀와 들려준 이야기는 역마차 여행의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볼 수 있게 해준다.
뉴욕까지는 일주일이 걸렸다. 마차는 낡고 비좁았고, 마구의 대부분은 밧줄로 되어 있었다. 말 한 쌍은 역마차를 끌고 약 30킬로미터를 달렸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보통 밤 10시에 휴식 장소에 도착했다. 간소하게 저녁을 먹은 후 잠자리에 들 때 다음날 새벽 3시에 깨울 것이라는 통보를 받지만, 실제로 일어나 보면 두 시 반쯤이다. 그러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어나 뿔 랜턴과 희미한 초에 의지해 떠날 채비를 하고 험한 길을 계속 가야했다. 간혹 마부가 전혀 취한 기색이 없으면, 인심 좋은 승객들이 정거장마다 위스키 한 잔을 더 권해 결국 취기를 올린다. 이렇게 우리는 역참 사이 30킬로미터 정도를 이동했고, 이따금 마차에서 내려 마부가 수렁이나 바큇자국에 빠진 바퀴를 빼내는 것을 돕기도 했다. 그렇게 일주일의 고된 여행 끝에 우리는 뉴욕에 도착했다.
역마차 여행은 돌을 가공하는 통 모양의 연마기 안을 구르는 것 같았기에, 철도는 사람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철도의 등장으로 여행이 편해지면서 사람들의 머릿속 지도가 다시 그려졌다. 이렇게 거리가 재계산된 예를 1932년판 《미국 지리 지도 Atlas of the Geography of the United States》에서 볼 수 있다. 이 지도책은 인구조사 데이터를 발췌하여 제작한 것으로, 지도상에는 인구와 인구통계뿐만 아니라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의 이동 시간, 즉 여행 속도가 표시되어 있다(아래 그림 18과 19를 보라). 이런 여행 속도는 본격적인 하이킹 지도에서 볼 수 있는, 고도를 표시하는 등고선과 비슷한 곡선으로 그려져 있고, 뉴욕을 출발했을 때 기간별로 어디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지도에 따르면 1800년대 초에는 뉴욕에서 워싱턴 DC까지 역마차로 닷새가 걸렸다. 하지만 불과 몇십 년 후 같은 시간 동안 이동할 수 있는 곳들을 연결하는 선의 범위가 확대되어, 1800년대 중엽에는 뉴욕에서 워싱턴 DC까지 기차로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선로가 깔리기 전에는 아들이 결혼해서 고향집에서 8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살 경우 오가는 데에만 이틀씩 걸려서 자주 가지 못했다. 하지만 기차로 가면 같은 거리를 두 시간이면 가기 때문에 할머니가 손자를 보러 갈 수 있었다. 철도 덕분에 미국은 지리학자들이 ‘시공간의 압축’이라고 부르는 것을 경험했다. 즉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면서 두 지점 사이 거리의 중요성도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세계가 축소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