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서머는 강철 만들기에 착수했다. 강철은 철에 탄소를 약간 섞은 금속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의는 탄소가 철과 결합할 때 일어나는 경이로운 변화를 충실히 담아내지 못한다. 현미경으로 보면, 신기하게도 강철의 일부가 동시에 두 가지 다른 물질로 변해 케이크처럼 층을 이루고 있다. 한 층은 탄소를 많이 함유하고 한 층은 그렇지 않다. 한 층은 엄청나게 단단하고 한 층은 그렇지 않다. 이 층들은 강도와 가단성(可鍛性, 구부러지는 성질)으로 서로를 보완한다. 보통은 하나의 금속에 단단함과 잘 구부러지는 성질이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두 성질은 대개 시소의 양 끝과 같아서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은 내려간다. 하지만 강철은 각 층이 하나의 성질을 띠기 때문에 양쪽 성질이 모두 존재한다. 이렇게 정반대 속성을 동시에 지닌 덕분에 강철은 폭넓은 용도로 쓰일 수 있다.
철과 탄소의 신비로운 결합으로 생기는 강한 강철은 단단한 대포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다. 하지만 베서머에게 강철 제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완벽한 양의 탄소를 철에 첨가하기 위해서는 유명한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의 골디락스가 곰들의 집에서 했듯이 ‘딱 적당한’ 상태를 찾아야 했다. 탄소가 너무 적으면 강철이 물러진다. 반대로 탄소가 너무 많으면(2퍼센트가 넘으면) 강철이 분필처럼 뚝 부러질 수 있어서 그것으로 대포를 만들면 위험하다. 물론 실제 표적이 아니라 대포를 쏘는 사람에게 위험하다는 뜻이다. 잘 부러지는 금속으로 만든 대포는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포에 ‘딱 적당한’ 강철을 만들려면, 철에 탄소를 1퍼센트 이하의 특정 비율로 넣어야 했고, 게다가 이 과정을 몇 번이고 정확하게 반복할 수 있어야 했다.
베서머는 이 사실을 알았지만 문제는 훨씬 더 복잡했다. 강철 생산은 순수한 철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쉽게 구할 수 있는 구조용 금속은 주철鑄鐵, cast iron과 연철軟鐵, wrought iron이었다. 이 둘은 명칭에 철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베서머의 목적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주철은 탄소가 너무 많아서 잘 부러졌다. 게다가 용접을 하거나 프레스로 대포 모양을 찍어낼 수 없었다. 반대로 연철은 탄소를 거의 함유하지 않아서 선체용 판금으로 쓸 수 있었지만 대개 ‘슬래그’라고 하는 불순물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대포의 강도를 위험할 정도로 떨어뜨렸다. 골디락스의 죽이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웠다면, 베서머의 금속은 쉽게 부러지거나 너무 물렀다.
베서머는 일단 ‘선철銑鐵, pig iron’(탄소가 많이 포함된 철의 합금)에서 어떻게든 탄소를 제거해야 강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인류를 새로운 강철 시대로 인도할 수 있을 터였다. 그는 딱 맞는 조건을 얻기 위해 용광로에 “성분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 넣으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갔다.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만 매진하는 것은 베서머의 장점 중 하나였다. 그는 곧 금속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에서 회복하던 중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베서머는 강철처럼 강한 남자였지만, 그만의 ‘크립토나이트’(〈슈퍼맨〉에 나오는 가상의 화학원소로, 슈퍼맨의 약점이다–옮긴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급성 뱃멀미를 잘 일으키는 특이한 체질이었다. 발작이 한번 시작되면 며칠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자서전에 “나보다 더 뱃멀미를 심하게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긴 항해 후 회복기에 그는 유레카의 순간을 만났다. 철 안의 탄소를 태우기 위해서는 공기가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베서머는 “녹은 선철의 광범위한 표면에 공기를 닿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빠르게 가단성 있는 철로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썼다.
풀무질(공기 불어넣기)은 테일게이트 파티(야외에서 자동차 트렁크를 열어놓고 음식을 즐기는 파티–옮긴이)나 바비큐 파티에서 불을 피우기 위해, 그리고 선사시대 사람들이 불을 잘 타오르게 하기 위해 사용한 오래된 기술이다. 베서머는 1855년에 이 아이디어를 약간 변형해, 공기를 조금 다르게 이용했다. 녹은 선철 속의 탄소와 화학적으로 결합시켜 지나치게 많은 탄소를 제거하는 데 이용한 것이다. 그렇게 한 후 정확한 양의 탄소를 다시 넣으면 강철을 만들 수 있었다. 베서머는 용융 금속이 담긴 통에 바닥까지 파이프를 넣고 공기를 직접 불어넣었는데, 그랬더니 화산 활동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미친 생각이었지만 효과가 있었다.
그는 이 실험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약 10분 동안은 조용히 진행되었다.” 이따금 불똥이 튀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용융 금속에 공기를 불어넣으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불길과 연기가 솟아오르며 가마솥 안이 부글부글 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몇 분 후 불길과 연기가 지옥불로 변했다. 공기 중의 산소가 탄소와 격렬한 화학 반응을 일으켜 “불똥이 점점 많이 튀는 가운데 희고 거대한 화염이 치솟더니”, 이어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산소와 탄소가 화학결합을 일으키며 자욱한 연기, 펑 하고 터지는 굉음, 눈부시게 타오르는 불길, 작열하는 열기를 쏟아내는 바람에 그는 눈, 코, 귀, 피부가 얼얼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이 악마의 액체는 베수비오 화산처럼 폭발했다.
베서머는 실험에서 일어난 일을 무감정하게 기술했지만, 아무튼 그 실험으로 폭발이 일어나 건물의 지붕 일부가 불에 탄 것만은 분명하다. 불이 꺼지고 잔해를 치운 후 그는 실험이 성공했다는 것을 알았다. 기쁘게도 이 화학적 폭발이 철에서 탄소를 제거해주었다. 이제 거기에 적절한 양의 탄소를 되돌려놓기만 하면 강철을 만들 수 있었다.
베서머는 수년에 걸쳐 강철 레시피를 완성한 후 마침내 강철을 손에 넣었지만 군사용으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크림전쟁이 강철 없이 러시아의 완패로 끝났던 것이다. 하지만 오뚜기처럼 일어나는 기업가 베서머는 “계속 전진”이라는 좌우명에 따라 새롭고 유망한 시장을 겨냥했다. 그것은 철도 레일이었다. |